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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서-호기심-많은-학자와-어부가-대화를-나누고-있다
    [자산어보] 포스터

    '자산어보'는 '황산벌'(2003년), '왕의 남자'(2005년), '사도'(2015년) 등의 역사극 연출의 대가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의 작품으로 2021년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다루기 때문에 후반기 조선왕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특히나 흑백 영상으로 표현되어 과거의 느낌이 더 살았고 복잡한 현대 사회와 대비를 이뤘습니다. 그럼 영화에 대해 글을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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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기 전에 알아두면 유익한 역사 이야기

      조선시대의 학자 '정약전'은 1801년 신유박해와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용'의 형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가 흑산도 유배 생활 중에 글을 쓴 한국 최초의 해양생물 백과사전인 '자산어보'를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영화는 조선 후기 어지러운 나라로 인해 고통받는 백성들의 비참한 삶을 '정약전'과 '장창대'라는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럼 영화를 보기 전에, 관련된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배경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가 1800년에 죽고 11살의 순조가 왕이 되면서 그 시대가 시작됩니다. 1801년 신유박해가 발생되는데, 이는 노론 벽파에 의해 본격적인 천주교 박해가 일어나는 사건을 말합니다. 이승훈, 정약종(정약용의 큰 형)을 포함한 약 100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신유박해로 인해 순교했습니다. 같은 해 9월 '황사영 백서 사건'이 발생되는데, 이는 천주교 신자 황사영(정약용의 조카사위)이 중국 북경의 주교에게 신유박해의 전말과 그 대응책을 은밀히 보내려다가 체포되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정약용, 정약전 형제도 유배되어 강진과 흑산도로 보내졌습니다. 정약전은 흑산도 유배 당시 해양 생물을 직접 관찰하고 정리하여 백과사전인 '자산어보'를 썼는데, 수생 동식물의 이름, 분포, 형태, 습성 등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그가 이 책을 쓸 때 정약전은 흑산도에 살던 '창대'라는 인물의 도움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고, 영화에서는 이 '창대'라는 실제 인물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는 조선 후기 세도정치와 관리들의 수탈과 부정부패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보여줍니다. 특히 조선 후기의 세금 제도인 삼정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는데, 삼정이란 전정(토지에 부과하는 세금), 군정(군역 대상자 남자가 냈던 세금), 환곡(봄에 농민에게 곡식을 빌려주었다가 가을에 이자 붙여서 갚도록 하던 제도)을 말합니다. 결국 이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은 극에 달해 1811년 홍경래의 난, 1862년 농민 항쟁 등으로 이어져 당시의 시대 배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실용주의자 정약전과 성리학을 공부하는 창대의 브로맨스 영화

      '정조'(전진영)가 아끼던 신하들이 바로 '정약용'(류승룡)과 '정약전'(설경구)입니다. 하지만 정조가 죽은 후 정약용과 정약전을 제거할 기회를 노리던 신하들은 서양 학문을 믿는 두 사람을 처벌할 것을 요구합니다. 11살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순조는 정약용과 정약전 형제를 강진과 흑산도로 유배를 보내고 정약전은 '가거댁'(이정은)이라는 과부 집에 머물게 됩니다. 흑산도에는 '창대'(변요한)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는데, 어부이지만 배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 책을 놓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양반이지만 첩의 아들이라서 상놈으로 살고 있습니다. 정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된 것이 고통스러워 술을 마시고 익사할 뻔했으나, 창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합니다. 하지만 식음을 전폐하고 마음의 병을 앓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창대는 '가거댁'에게 문어를 전달하고, '가거댁'은 보약인 문어를 요리해 정약전에게 대접합니다. 정약전은 창대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지만, 성리학을 공부하는 창대는 서양학과 천주교를 믿는 정약전에게 물들까 싶어 거리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정약전은 섬의 다양한 물고기와 해양 생물에 관심이 있었고, 창대가 해양생물의 지식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와 함께 해양생물 백과사전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약전은 만약 창대가 해양생물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면 창대에게 학문을 알려 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정약전과 창대는 서로의 스승과 제자가 되어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게 됩니다. 정약전은 서양학에 능하고 학문의 폭이 넓은 실용주의 학자입니다. 그러나 '창대'는 성리학의 나라에서 서양학을 배운 정약전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약전은 백성과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데 학문의 목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놈인 창대는 양반인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출세를 위해 학문을 배웁니다. 즉, 정약전은 배움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창대의 목적은 출세가 목적입니다. 14년 후, 동생인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풀려났지만, 정약전은 여전히 유배 중입니다. 그러던 중 '정약전'과 '가거댁'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창대는 '복례'(민도희)와 결혼합니다. 한편, '창대'의 아버지 '장 신사'(김의성)는 '창대'의 학식이 높아진 것을 알고 과거시험을 보게 해 줄 테니 그를 따라오라고 요구합니다. 이에 정약전은 집을 우이도로 옮기기로 결심하고 '창대'도 함께 가기를 희망했지만, '창대'는 '장 신사'를 따라갔습니다. 그렇게 '창대'와 '정약전'은 헤어지고, '정약전'은 해양생물 도감을 계속 썼지만 건강이 많이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과거에 합격한 '창수'는 나주목사에서 일하는데, 가혹한 세금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보며 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 재산을 털린 한 남자가 관청을 찾아와 낫으로 자신의 성기를 베는데, 아내는 이를 보고 대성통곡합니다. 그러한 아내를 끌고 가는 관리를 보고 창대는 화가 나서 관리의 목을 조르게 되고 결국 투옥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온 '장 신사'에게 "배운 대로 살지 못하면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라며 흑산도로 돌아갑니다. 한편 정약전은 어류도감을 쓰다가 죽고, '창대'는 '정약전'의 장례식에 참석해 그가 남긴 어류도감과 자산어보, 그리고 그가 남긴 편지를 가지고 돌아옵니다. 다시 흑산도로 돌아가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시대의 우리가 생각할 것들

      과거부터 현재까지 개혁의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도 많습니다. 시대적 배경인 1800년도에는 서양 국가들이 많은 나라를 근대화로 만들던 시기로 조선 역시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찬반 투쟁을 벌였습니다.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복잡한 이유가 얽혀 있고 근대화로 사회를 바꾸는 것은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추구하던 학문인 성리학은 과거의 규범과 규정, 그리고 예를 잘 지키는 게 중요한 학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회 기득권층은 성리학을 자신들의 권한과 지위를 지키는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학문을 추구하는 사람은 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만약 정약전과 같은 실용주의 학자들을 조선이 더 받아들이고, 학문의 다양성을 추구했다면 역사는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용주의적인 시각으로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학문을 추구하고, 그 결과물로 백성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자산어보'같은 책이 많이 있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임금과 양반, 상놈 같은 신분제도가 필요 없는 시대에 살고 싶었던 정약전은 민주주의를 추구했던 사람이었지만, 시대를 넘나드는 그의 생각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양반과 평민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정약전'과 '창대'를 통해 서로 다른 신분과 가치관을 가졌지만 서서히 가까워지는 과정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인간의 삶에 대한 진실한 가치관들은 현대 사회에도 통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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